본문 바로가기

부동산

"단속 타깃 대형 중개업소 문닫아… 애꿎은 영세업소만 피해"

정부, 실거래가 위반 합동단속
최근 시세 뛰어 단속 예상 지역
예약손님만 영업 등 대비책 마련
"예고 후 단속은 쇼윈도정책" 비난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지 않겠습니까?"(서울 강동구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15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상가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 상가에 있는 17개의 중개업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전날부터 문을 닫은 채로 전화만 받고 있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자는 "공무원들이 찾아와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항목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과태료를 물릴까봐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서울시·행정안전부를 비롯한 32개 관계기관은 14일부터 실거래가 위반사례 합동단속에 나섰다.

이번 단속은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서대문구의 8개구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합동조사단은 비정상적으로 차임금이 많거나 현금 비중이 높은 거래, 가족간 대출이 의심되는 거래를 위주로 면밀한 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시세가 뛰어 단속이 예상되는 지역들은 미리 문을 닫고 대비책을 마련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중개업소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고 예약 손님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닫혀진 중개업소들에 전화를 걸자 "개인사정으로 휴가를 떠났으니 상담을 원하시면 하루 이틀 뒤에 예약해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일대 공인중개업소들도 문을 닫은 채로 인근 카페와 중개업소를 오가며 계약을 진행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을 사시겠다는 분들에게 연락이 계속 오는데 영업을 아예 안할 수는 없다"며 "연말까지 계속 닫고 있을 수는 없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중개업소들은 이번 단속에 대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작일이 미리 예고된 후 단속이 이뤄져 위반 사례가 제대로 적발되지 않고 중개업소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중개업소들은 이번 단속에 대해 '영세 중개업소만 잡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단속이 유력한 중개업소들이 미리 문을 닫으면 상대적으로 매상이 낮은 주변 중개업소를 위주로 단속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치동 A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문을 연 중개업소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개업소들인데 이런 곳 위주로 단속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을 통해 일시적으로 시세가 낮아질 순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증여나 불법거래를 잡게 되면 비정상적인 원정투자나 증여로 인한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거래가 잠시 위축돼 시세가 안정될 수 있다"며 "그러나 단속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 단속이 끝나면 시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www.fnnews.com/news/201910151831224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