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하락 시그널?…식어가는 경매시장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법 경매 8계. 감정가 7억원짜리 강서구 가양동 120㎡(이하 전용면적) 크기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지만 한명의 응찰자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이날 법원 경매에 나온 아파트 물건은 이 한 채가 전부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매시장도 빠르게 식어 가고 있다. 주택 매매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비율)이 하락하고, 건당 평균 응찰자도 줄고 있다.
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9.5%를 기록해 작년 7월(95.7%) 이후 6개월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경매 응찰자들이 아파트값이 더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입찰가를 감정가격보다 낮게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1월 서울 아파트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4.8명으로 작년 1월(4.4명) 이후 가장 적다. 거래가 급감한 아파트 매매시장의 영향으로 경매시장에서도 눈치를 보며 응찰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경매8계에서 진행된 4채의 아파트 경매에 그대로 드러났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인기지역 아파트 경매가 진행됐지만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건 1채에 불과했다.
이날 ‘타워팰리스’ 두 채가 경매에 나왔는데, 감정가 20억원짜리 163㎡ 한 채만 낙찰가율 110%(낙찰가 22억500만원)를 기록했고, 감정가 15억5000만원인 98㎡는 낙찰가율 78%(낙찰가 11억7038만원)를 기록하며, 새 주인을 찾았다.
이날 함께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19억8000만원인 종로구 평창동 ‘롯데캐슬’ 239㎡에는 한명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다만,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 송파구) 아파트는 단 7채만 경매에 나왔는데, 평균 낙찰가율은 104.3%로 전달(103.6%) 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 감정가가 20억원 전후로 높지만, 평균 응찰자수는 5.6명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응찰자수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경매시장에 물건수가 늘어나면서 경매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자들이 매매시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물건을 경매로 넘기는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주택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2019년 말부터 경매시장에 물건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매매시장 위축이 장기화되면 서울 아파트 경매는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